• 2023. 5. 1.

    by. rusima

    포켓몬스터

     

    https://www.youtube.com/watch?v=ZxN3WjVWf-E&feature=youtu.be 

    시작하기 앞서

    포켓몬스터 소드는 출시 당시 낮은 디자인 퀄리티와 절반밖에 안되는 포켓몬 도감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새로 추가된 포켓몬들도 디자인이 어설퍼서 포켓몬보다는 인간 디자인에 노력을 들인거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하지만 출시 후 시간이 지나자 트위터 등지에서 의외로 재미있다는 평가가 들려와서, 어떤 게임인지 궁금한 마음이 커져갔다.

     

    첫인상 : 이펙트 구려.......

    과연 각오는 했지만 처참하게 이펙트가 구렸다. 

    포켓몬이 안 예쁜 대신 사람은 참 예쁘다. 주인공 캐릭터가 참 예쁘게 뽑히고 집도 예쁘다. 관장들도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관장을 디자인 하는데 쓰는 기획력의 절반만큼만 새 포켓몬을 디자인하는데 썼으면 좋았을텐데...... 

    폴리곤이야 그렇다 치지만, 기술 이펙트는 정말 끔찍했다. 

    보통 드라마는 처음 1~2화, 게임은 초반 스테이지를 가장 공들여서 만든다. 소비자를 잡아 끌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게임은 초반 이펙트가 가장 형편없다. 

    초반에 보여지는 울부짖기나 몸통 박치기에서 나오는 이펙트는 정말.... 일반인을 데려다가 1시간짜리 강의를 보여주고 10분 실습시킨 수준이었다.

    초반 기술이야 나중에 쓰이는 일이 적으니  그냥 넘길 수 있다 치고, 공격력 업/공격력 다운 같이 게임 플레이 내내 나오는 이펙트야말로 조금 예쁘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연출에 따라서 같은 용량으로도 얼마든지 더 세련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사실 그것이 프로의 기술력이기도 하고) 정말 무신경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펙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재밌었다. 포켓몬에 대한 추억을 차치하고서라도, 25년을 버텨온 게임의 구조 자체가 워낙 탄탄했기 때문이다. 

    일단 포켓몬은 짧은 턴제게임으로 되어있다. 매 번 새로운 적이 나타나서 적을 쓰러뜨리면 경험치가 올라가고, 레벨업을 하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 거기에 포켓몬마다 상성이 달라서 전략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포켓몬의 특징 : 육성과 진화

    포켓몬이 다른 턴제 게임과 다른 점은 바로 '육성' 요소이다. 중국의 요괴도감인 '산해경'을 모티브로 해 만들어졌다는 포켓몬스터는 어릴적에 누구나 상상해 봤을 법한 가상의 동물들을 만들어 플레이어에게 선사한다. 사람을 닮고,귀여운 것에 애착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쉽게 '포켓몬'에게 정을 주게 된다. 

    포켓몬은 플레이어의 사랑을 '진화'라는 형식으로 보상한다. 진화는 예고없이 찾아온다. 포켓몬을 처음 플레이하는 유저는  진화를 하기 전까지 나의 포켓몬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어떤 레벨에 이르러야 진화할 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진화는 뜻밖의 기쁨이다.  애지중지 키우던 식물이 마침내 꽃봉오리를 맺었을 때의 놀라움과 비슷하달까. 

     약하고 어려보였던 나의 포켓몬이 단계를 거쳐 진화해나감으로서  플레이어는 포켓몬과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을 갖고 포켓몬의 육성자로서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 애정은 길러왔던 포켓몬들이 마침내 명예의 전당에 등록함으로서 정점을 맺는다.  실전에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강한 포켓몬만 쓰이는 것이 포켓몬의 세계라지만, 적어도 스토리라인 안에서는 약한 포켓몬도 강한포켓몬도 없다. 내가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키워온 포켓몬의 강함(레벨)만이 남을 뿐이다.  

     


    포켓몬은 왜 재밌을까

    공부보다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즉각적인 보상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의 모바일 게임은 게임에 들이는 노력을 최소화 하고 보상은 즉각적으로 따라오게 만들어 소비자를 사로잡는다. 

    들이는 노력(컨트롤,시간)의 최소화와 즉각적이고 다양한 보상(도감완성,레벨업,진화)은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하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게이머의 좌절을 요구하지 않으며, 플레이어가 그저 게임을 즐기는 것 만으로도 다양한 보상이 따라오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점은 소위 힐링겜이라 불리는 '동물의 숲'과 닮았다고 느껴지는데, 동물의 숲과 다른 점은 포켓몬스터의 경우 마니아를 위한 '도감완성' , '배틀' 시스템을 발전시켜 시리즈의 극성 팬을 양성했다는 점이다. 

     

    턴제전략게임과 육성수집게임의 만남

    포켓몬스터의 게임 분류는 무엇일까? 뜻밖에도 하드게이머에게 포켓몬스터는 턴제 전략게임이다.  

    유저들이 펼치는 포켓몬 배틀에서 '몬스터'요소를 빼보면 11개의 상성과 4개의 기술슬롯을 가진 6개의 플레이어블 유닛이 보인다. 맵 전체의 특성을 바꾸는 기술이나 전면에 나온 상대방의 유닛을 체인지 할 수 있는 기술도 있다. 매직 더 게더링이나 하스스톤과 비슷한 분류라는 뜻이다.

    레벨 차이로 밀어버릴 수 있는 시나리오 모드와 달리 유저간의 대전에서는 타입간의 상성과 상대방의 수를 읽는 전략이 필요하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다년간의 역사를 거쳐 이 대전에 추가 요소를 집어넣었다. 포켓몬의 배틀만을 전문적으로 즐기는 플레이어들은 포켓몬의 타입과 기술 외에도 노력치, 성격, 특성등을 조절하여 같은 종류의 포켓몬을 공격형으로 쓰기도 하고, 수비형으로 쓰기도 한다. 

    성격과 특성, 타고난 능력치는 어느정도 운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실전형'포켓몬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내심의 '알까기'가 요구된다. 이에 더해 일정 확률로 나타나는 색이 다른 포켓몬(이로치 포켓몬)을 만나기 위해 포켓몬 덕후들은 몇번이고 풀숲을 돌아다닌다. 

    낮은 확률로 나타나는 고특성의 포켓몬을 위해 노가다를 하는 플레이어를 보면 모바일 게임의 '가챠'시스템이 떠오른다. 모바일 게임과 포켓몬이 다른 점이라면 이 모든게 정가(6~7만원 상당)에 해결된다는 점이랄까. 

     

    반면에 라이트 게이머에게 포켓몬스터는 육성/수집 게임으로 분류된다. 시나리오를 즐기는 데에는 대단한 전략이 필요 없으니 라이트 게이머는 그저 다양한 포켓몬을 육성하고 포켓몬 도감을 수집하는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하드게이머와 라이트 게이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저력은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다년간 쌓아온 ip에서 기반한다. 국적성이 없고 폭력성이 없는 포켓몬스터의 ip는 타 게임의 ip에 비해 폭발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어느 나라에 어떤 연령대라도 포켓몬을 플레이하는 소비자는 동심으로 돌아가 포켓몬 세계를 탐구하고자 한다.  

    또한 다년간 쌓아온 포켓몬 설정은 적당히 매만지는 것 만으로도 방대한 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어, 개발에 편리를 더해준다. 하드게이머에게 필요한 전략적 요소를 매만지고도 라이트 게이머에게 필요한 풍부한 이벤트(포켓몬도감)와 스토리라인(포켓몬설정)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의 장점

    포켓몬스터 소드실드는 기존 시리즈에 비해 편의성 부분을 크게 보완했다. 게이머에게 노가다를 요구하는 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게임성에 집중하게 하는 흐름은 비단 포켓몬스터뿐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 타이틀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홍수처럼 밀려오는 컨텐츠의 시대에서 '느림'과 '불편함'은 더이상 매력이 아니라는 뜻이다. 

    도감을 반으로 줄인것은 도감 완성을 쉽게 만들어 주어 라이트 게이머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이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카레 도감 등 포켓몬 외적인 컨텐츠 요소를 만든 것도 유효했다. 필드에서 바로 접속할 수 있는 박스 시스템이나 레벨업 아이템을 펑펑 나눠주는 다이맥스 레이드는 '실전배틀용' 포켓몬 육성을 쉽게 했다는 평이다. 반면 '연승' 제도를 없앤 배틀타워 시스템이나 지나치게 간략해진 시나리오는 호평과 불호평이 엇갈린다. 라이트 게이머가 접근하기 쉽게 되었지만 반대로 하드게이머는 게임 난이도가 너무 쉬워진 셈이니까 말이다. 

    와일드 에리어를 구현한 것은 이번 세대에 이뤄진 가장 큰 진보이다. 오픈월드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와일드 에리어는 플레이어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새로운 포켓몬을 잡고, 캠핑을 하고, 나무를 털다보면 제대로된 '모험'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포켓몬이 필드에 3d로 보이면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와일드 에리어에서 돌아다니는 포켓몬은 포켓몬 세계에 사실감을 부여해주었다. 

     와일드 에리어 시스템에서 오픈월드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게임 프리크는 2021년 봄 <포켓몬스터 레전드 아르세우스> 개발을 공개했다.

     

    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버전의 성장 스토리

    소드실드 메인 스토리의 특이한 점은 세계의 재앙을 막는데에 어린아이인 주인공의 개입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특이점은 올드 게이머에게는 '주인공이 뒷전에 밀려나는'  나쁜 스토리텔링으로 여겨지지만 이 게임을 플레이할 어린아이들을 생각해보면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일본 컨텐츠는 '어린이'가 '어른'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는 스토리가 주류였다. 이는 주인공이 어른을 앞둔 청소년이거나 20대 초반인 서양 컨텐츠와의 다른 점으로 종종 비교되어 왔다. 어린이가 저렇게 희생하는 동안 어른은 뭘 하고 있냐는 개연성 비판을 들어서일까, 이번 포켓몬스터의 주인공들은 철저하게 어른에게 보호된다. 주인공이 뭔가를 하려고 하면 '이런건 어른에게 맡기고 너는 너의 꿈에 집중해' 라는 식이다. 결국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긴 하지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어른들은 어린이를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게임을 플레이 하는 어린아이들에게 보내는 메세지이다. 세상을 망친 댓가는 어른들이 수습할테니 어린이는 마음놓고 꿈을 펼치라는 뜻이다. 더불어 세상에 일어난 사건사고는 어린이의 탓이 아니며, 어린이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쓸 필요 없다는 가르침이다. 나는 게임프리크가 이번작에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버전의 성장 스토리를 제시했다고 본다. 

     

     

    포켓몬 디자인은 좀 더 성의있게...

    '환상의 동물'이라는 테마를 잊어버린 듯  새로 나오는 포켓몬 디자인은 점점 사람을 닮아가는 것 같다. 특히 몇몇 종류의 포켓몬은 '여자어른'과 '남자어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몰입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짓밟기 기술이 특기인 '달코퀸'처럼 성적인 은유를 담고있는 포켓몬마저 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왔던 이유는 포켓몬이 어디엔가 있을 법한 '동물'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모습을 벗어나 인간을 닮게된 포켓몬이 이제까지처럼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소드/쉴드 시리즈에서 새로 나온 얼음빙 등은 '포켓몬스터 인간화'논란에서 한발 더 나아간 논란을 만들었다. 포켓몬스터 발로만드나? 논란이다. 포켓몬 디자인의 질을 낮춰 앞으로의 개발을 편하게 하려는거 아닌가 하는 음모론적인 생각마저 든다.    

     

    어쩌면 3D 인력의 문제일수도? 

    이번 포켓몬 다이렉트(21년 상반기)에서는 포켓몬스터 DP의 리메이크가 기대 이하의 퀄리티로 나와 포켓몬 팬들을 실망시켰다. 개발인력을 집중한 듯한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도 포켓몬들의 움직임에서 프레임드랍이 보여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이다. 

    사실 포켓몬 소드에는 '창파나이트'같은 정말 멋진 진화형 포켓몬도 등장했으니 포켓몬 디자인을 대충 만드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리뷰를 쓰면서 놀랐던 점은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던 '빙큐보'라는 포켓몬도 2D 일러스트로 볼 때는 그럴싸 해보인다는 점이다. 의외로 문제는 3D 모델링과 라이팅에 있을 수도 있다. 

    사실 게임성은 이미 완성도에 오른 작품인지라 앞으로 2~3번은 시스템적인 개선 없이도 잘 팔릴 수 있을 것 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오픈월드를 시도하는 것은 당연 칭찬해줘야 하고.

    그러니까 내가 게임프리크에게 바라는 점은 딱 하나, 3D 인력만 보충하자. 실력있는 사람들로.  (제발...!)  

     

     

    총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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