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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아케이드 크로놀로지
타이토의 아케이드 세로 스크롤 슈팅 게임인 레이 시리즈의 첫 작인 레이포스(RayForce)가 1994년 발매되었으니, 벌써 시리즈도 3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레이어 섹션 & 갤럭틱 어택 S트리뷰트 리뷰에서 레이포스에 관해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레이포스를 처음 본 순간부터 가정용 이식작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였고, 그 결과인 레이어 섹션은 멋지게 이식된 내용만큼이나 많은 게이머의 기억에 남아 있으며, 후속작인 레이스톰(RayStorm)과, 레이크라이시스(RayCrisis)의 가정용 역시 비록 아케이드만큼의 해상도를 구현하지는 못했어도 플레이스테이션의 성능을 잘 살린 결과물이었다.
작년 3월에 발매된 타이토의 이그렛 II 미니를 제외하면, 현재도 레이스톰 HD까지 나름의 어레인지와 추가 요소가 더해진 가정용 이식작들이 모두 개별 판매되고 있는 만큼 아케이드 버전을 온전히 즐기는 것은 더더욱 현재 상황에서 꿈에 가까웠기에, 합본 패키지인 레이 아케이드 크로놀로지가 발표되었을 때 게이머들이 열광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세 가지 게임 모두 출시 당시 게이머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은 게임이며, 특히 1996년 발매된 레이스톰의 경우, 3 스테이지 후반의 폭포 위에서 아래로 기체가 떨어지는 연출은 격투 게임 장르가 지배적이라 슈팅 게임에 관심이 크게 사라진 시대적 상황에서도 오락실에 방문한 수많은 플레이어의 시선을 사로잡아 한 번쯤 플레이하게 할 정도의 비주얼을 자랑한 대표적인 장면이다.
물론 이 같은 모습은 모두 개발팀이 의도한 결과다. 제비우스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독자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킨 록온(Lock-on) 레이저 시스템, 메탈 블랙 등으로 슈팅 게임의 연출이 플레이어들의 시선을 모은 것에 참고해 당시 타이토의 시스템 기판 성능을 최대한 활용한 비주얼, 한 번에 많은 레이저로 적을 파괴할수록 스코어가 급상승하는 시스템은 시리즈가 거듭되며 제작에 사용된 기판의 성능 향상과 함께 꾸준히 발전하였다. 90년대 아케이드는 인기가 떨어진 슈팅 장르를 어떻게든 극복하려 한 수많은 슈팅 게임 개발자들의 시도가 있었고, 레이 시리즈는 이러한 시도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 중 하나였으니, 30년 동안 나 같은 플레이어가 시리즈의 아케이드 버전 완벽 이식판을 원한 것은 당연했다.
레이 아케이드 크로놀로지는 아케이드 버전을 충실하게 이식했기에 지금까지 가정용에 추가된 부분들은 제외되었지만, 이 합본 패키지의 본질이 아케이드의 완벽 이식인 만큼 아쉬움은 없다. 한국어로 상세히 게임 방법을 설명한 매뉴얼을 비롯하여 이번 합본의 새로운 추가 요소가 기존 가정용보다 구성에서 더욱 알차게 꾸며져 있는 점 역시 아쉬움을 털어내는데 긍정적인 결과로 작용했다. 슈팅 게임의 최종 콘텐츠인 기록 경신과 랭킹 집계처럼 플레이어들이 당연하게 요구하는 기능도 모두 들어있으며, 랭커들의 리플레이를 다운받아 멋진 플레이를 감상할 수도 있고, 세로 화면도 지원하기 때문에 스캔라인 옵션을 더해 아케이드의 느낌까지 충실히 재현한다. 더해 옵션에 존재하는 아케이드와 동일한 연사(15연사) 설정과 화면 번인 기능 등 세부적인 환경까지 아케이드와 똑같이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도 있기에, 가정용 아케이드 스틱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라면 최대한 아케이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옵션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더욱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M2가 이식하는 게임들에 대부분 수록되어, 이제는 많은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가젯 기능도 충실히 준비되어 있어 플레이어의 만족감을 더욱 증가시킨다. 현재 재생되고 있는 음악을 비롯하여, 파워업 상태, 록온 레이저 스코어 배율, 랭크 알림 기능 등을 이따금 곁눈질로 살펴보는 재미가 게임에 흥미를 더한다.
레이 시리즈는 록온 레이저 기능 덕분에 타이토의 슈팅 게임 중에서도 다리우스 시리즈만큼이나 다양한 공략법을 가진 게임이다. 원코인 클리어를 달성한 뒤 본격적인 하이스코어를 위해서는 레이저 격추를 한 번에 최대한 많이 해야 하는 모험에 뛰어들어야 하며, 아무리 하이스코어 빌드를 잘 짜놓았다고 해도 화면에 적기를 놔두어야 하는 부분에서 스스로 플레이 안정성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이상, 뜻대로 게임을 풀어나갈 때까지는 상당한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매번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것도 레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뛰어난 그래픽과 음악, 견고한 게임 플레이가 갖춰졌어도 결국 레이 시리즈는 90년대 게임이며, 유사한 시스템으로 더 좋은 그래픽에 더 많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슈팅 게임도 지난 20년간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존하는 최고의 슈팅 게임은 아니더라도, 레이 아케이드 크로놀로지로 30년 만에 90년대를 대표하는 아케이드 슈팅 시리즈 중 하나를 모두 온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소중한 기회다. 왜 그렇게 슈팅 게임 플레이어들이 이 시리즈의 아케이드 버전 완전 이식을 기다려왔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출시 당시 크게 호평받은 세련미가 향수를 자극하면서, 변하지 않는 게임 자체의 매력이 여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한다.